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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달 인터체인지를 먼저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바야흐로 실용음악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왠만한 재즈 피아노 기법들이 교회 내에 침투해 사실상 요즈음 CCM 곡들은 기본 기보 자체가 세련된 투-파이브, 세컨더리 도미넌트와 같은 진행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기본적인 요소들은 미디어를 통해 많이 풀려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
비전공자 반주자에게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세련됨이라는 것을 알기에. 당장 쓸 수 있으면서 어느 정도 깊이있는 화성학 지식이 필요한 모달을 소개드린다. 선생님의 반주 생활이 보다 멋지고 윤택해지길 바라면서.
모달 인터체인지(Modal Interchange)가 뭐냐?
모드(mode)라는 개념이 있다. Scale은 잘 아실 거다. 그 스케일의 상위 호환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다. 전공자 수준이 아닌 다음에야 깊이있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과감히 직관적으로 이해가능한 수준으로만 언급하겠다. 그 모드를 인터체인지(대체해서 쓴다)한다는 이야기이다. 어려우니 쉽게 예를 들자면 판타지 애니같은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평행세계 개념이라고 치자.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평행 세계의 도플갱어를 잠시 빌려와 대타로 쓰는 경우이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C Major key의 4도화음(서브 도미넌트)을 같은 으뜸음 단조인 C minor key의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이어토닉 코드들을 빌려와 대체하는 경우이다. 기본적인 다이어토닉 코드 지식이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을 이어가자면 C장조에서 4도화음(4화음:7th 기준)은 'FM7'가 된다. 이 아이를 대신해 화성적으로 비슷한 역할을 하도록 다른 세계(이 경우 같은 으뜸음조인 C단조)의 2도,4도,6도,7도 등을 소환해 쓸 수 있다.
왜 '서브도미넌트'를 대신하나?
서브도미넌트의 경우 토닉(1도인 으뜸화음)과 도미넌트(딸림화음)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응용폭이 높다. 쉽게말해 모달 인터체인지 예시로 좋으며, 바로 적용해도 사운드가 이색적으로 들려 변화의 느낌을 주는 극가성비의 화음이기 때문이다. 토닉은 그 자체로 스케일의 주인격으로 곡의 시작과 끝에서 안정감을 부여하는 중심 무게추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미 음계 내에서 그를 대리하는 코드들도 많다. 대체 불가한 자체 역할의 특성상 모달 적용에서의 한계가 있다.
한편 도미넌트는 5도 하행 해결이 필요한 긴장감으로 그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얼터드 텐션까지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변화형이 이미 탈음계 수준이므로 굳이 모달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서브도미넌트에 색채를 돋보이게 해주고 싶다는 결론에 (억지 스럽긴 하겠다만) 이르게 된다.
따라서 서브도미넌트(4도화음 : 버금딸림화음)를 대상으로 다루는 것의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드리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질문은 무용하다고 말씀드린다. 사실 비전공자 수준에서는 그냥 받아들이면 편하다. 우리가 뭐 대단한 작곡이나 편곡을 할 것은 아니지 않나. 다만 조금 더 예쁘고 세련된 색깔을 찾아 반주를 하고 싶을 뿐이지.
4가지 모달 코드
결론은 장조의 4도(FM7)의 대리코드 느낌으로 같은 으뜸음의 단조의 2도(Dm7b5),4도(Fm7),6도(AbM7),7도(Bb7)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다. 창의력이 부족한 선생님들을 위해 이 4개의 코드를 이리 저리 섞을 수 있는 가능성도 말씀드린다. 가장 성공률이 높고, 세련미를 뿜뿜할 수 있는 포인트는 Verse에서 Chorus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끝날듯 안 끝나는 4도의 계류 느낌으로 모달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필자는 4도와 6도의 사운드를 즐겨쓰는데, 여기서 팁을 드리자면 Fm7을 Fm6로 바꿔쳐도 된다는 사실이다. 눈치 빠른 선생님들께서는 이미 알아채셨겠지만, 이는 2도(Dm7b5)의 전위형과 구성음이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결국 Fm6를 치면 4도 본연의 베이스음을 공략함과 동시에 Dm7b5의 사운드까지 운지할 수 있는 모달계의 하이브리드 코드랄까?
두번째 팁은 서브도미넌트에서 토닉으로 진행하는 흔한 진행에서 모달 인터체인지가 적용되면 마치 흡사 투-파이브 진행과 같은 형태가 잠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코드 진행으로 풀어 설명하자면
FM7 -> CM7 의 진행에서 Fm7(혹은 Fm6앞코드) Bb7(뒷코드) ---> CM7
와 같은 진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투-파이브 진행에 익숙해진 회중들이 당연히 바라는 원(이 경우 Bb7의 5도 하행인 Eb)이 아닌 CM7이라는 본래 음계의 토닉이 나와주면서 변칙적이고 이색적인 사운드에 귀때기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화려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정리
혼란과 충격의 도가니탕에 빠진 선생님들이 계실 것 같아 오늘의 화성학 지식을 짤막히 정리하겠다. 음계를 깨고 다른 평행세계(mode)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는 코드들을 끌어다 쓸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음계밖의 대리코드의 개념이다. 이를 모달 인터체인지라고 하며, 서브도미넌트에 자연단음계 코드를 차용해오면 반주를 기깔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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